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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내 인생이 끝난다면?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독후감독서 2024. 2. 4. 11:18
(독서 모임에 써서 냈던 글..)
앞에서 많은 분들이 써주셨듯이.. 이번에 읽은 책,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에 좋은 평을 남기긴 어렵겠다. 아쉬움을 애써 무시하고 쇼펜하우어 자체에 집중하고 쓰려했는데, 계속 책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글 밖에 안 나와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나마 건져낸 토막글 2개로 독후감을 대신할까 한다.
행복한 부자쇼펜하우어는 어린 시절에 이미 많은 유산을 상속받았고, 그래서 평생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면서도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는 부자들이 흔히 겪는 권태감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욕망을 관리하는 법도 터득했던 것 같다. 내면의 공허를 '외적인 자극'으로 채우지 않았고, 대신에 '정신의 풍요'로 그 공간을 채워나갔다. 남들은 어떻게 봤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 자신은 행복한 부자였다. 본인도 그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쇼펜하우어처럼 부모로부터 많은 자산을 상속받아 돈 걱정 없이 철학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그가 생각한 행복한 부자의 전형이다." -- 28. 얼마나 소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만 생각해 보니, 쇼펜하우어는 몽테뉴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몽테뉴도 젊은 나이에 은퇴하고 자신의 성에 칩거하면서 내면 탐구에 몰두했다. 참 부러운 사람들...
나는 현재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
만약 오늘로 내 인생이 끝난다면 (갑자기 병에 걸렸든 어떤 이유든 간에),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부분은 아마, 절대 못 받아들인다고 답할 것 같다. 주변에도 좀 물어 봤는데 "밖에다 불질러 버릴 거야!"는 반응도 들었다. 나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역시 받아들이기 참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이 질문은 곧 '현재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과 같다. 그렇게 바꿔서 다시 생각해 본다면, 나는 아마 답변을 다르게 할 것 같다. 아쉽기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나름 만족스럽게 살고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미래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으로 급히 쫓아가는 반면에 현재는 거들떠 보지도 즐기지도 않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만이 진실하고 현실적이고 확실한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 26. 현재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나도 이와 같은 생각이다. 사람들이 "인내 끝에 오는 보상"이 더 크다는 공식을 '행복'에도 대입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연된 행복은 결국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고통스러운 것이 미래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보기에, 그 둘은 별로 관련이 없다. (만약 이 말이 틀렸다고 한다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곧 '행복'이라 생각하는 게 아닐까 추측한다.)
너무 고통스러워 빨리 벗어나고픈 순간이 없진 않은데... 그래도 그 사이 사이에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행복으로 느끼고 이겨내는 것 같다. 불만족과 만족 사이를 오가는 지금, 나는 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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