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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솜씨 좋은 가이드와 함께하는 철학 여행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독후감
    독서 2024. 4. 12. 20:12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감상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기차여행 떠나고 싶게 만들어지는 책"이다. 하필 코로나 유행으로 전 세계가 멈춰버렸던 때에 이 책이 나왔는데, 만약 그 때 읽었으면 여행 욕구가 더 폭발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된 건가?!)

     

    이 책은 다른 데서 못 느꼈던 재미가 있다. 대놓고 웃기려고 작정한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마이클 슈어가 쓴 이 책도 정말 추천한다. "굿 플레이스"를 본 사람이면 더더욱!)과는 결이 좀 다르다. 노련한 가이드가 함께하는 여행의 재미랄까. 에릭 와이너(저자)의 말을 듣고 있자면 마치 애플 비전 프로를 쓴 것처럼, 밋밋했던 눈앞의 광경이 더 맛깔나게 바뀐다. 책을 읽다가 저자의 가이드 솜씨에 감탄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저자의 짧은 강연 영상*이 유튜브에 있어서 봤는데 글에서 느꼈던 그 분위기 그대로여서 너무 좋았다.

     

    저자는 철학과 기차의 연관성을 보여주며 이번 '여행'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둘 다 퀴퀴한 느낌이 있다며, 한 때 중요한 삶의 일부였으나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이 되었다고 말한다. 책에는 써 있지 않지만, 내가 보기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나더라도 이 둘은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그냥 내 바람일까? 어쨌든 철학 여행, 기차 여행은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즐기고 싶다.

     

    이 책에 나온 14명의 철학자 중에서 나는 세 명에 특히 주목했다. 전부 다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역시 철학은 고전이지...!

     

    그중 제일은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마르쿠스의 침대 이론'이라고 이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저자는 마르쿠스와 침대를 집요하게 엮어 놓는다. 내가 명상록 읽으면서 침대 얘기를 본 기억이 없는데... (번역서마다 좀 다른가?) 아무튼, 온갖 골치 아픈 문제들과 씨름하던 근엄한 황제의 모습에 "이불을 덮은 햄릿"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말았다. 이게 다 쓸데없지만 재미있는 상상을 한껏 불어넣어 주는, 말빨 좀 되는 여행 가이드 아저씨 덕분이다. 그 후로, 명상록은 늘 내 침대 옆에 놓여 있다. 도무지 침대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을 때 펼쳐 보려고. 마르쿠스와 침대, 마르쿠스와 침대... 이상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조합이다.

     

    이번에 읽은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도 명상록과 함께 침대 옆에 나란히 둘 생각이다. 이 책은 잠 자기 전에, 아니면 잠이 안 올 때 읽기에 딱 좋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읽을 책 자기 전에 읽을 책 다 갖췄네. 이제 '지혜'만 갖추면 되겠다.


    * 2021년 서울국제도서전 강연 "지혜와 지식은 어떻게 다른가", https://www.youtube.com/watch?v=DbcmxZrq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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